우연히 교보문고 홈페이지릉 뒤지다 “문상훈”이라는 이름을 보고 내가 아는 그 문상훈? 하고 들어갔다.

책에 관해 읽다가 추천의 말을 보고 구매를 결심했다.
나는 문상훈이 쉬지 않고 썼으면 한다.
그가 취해야만 쓸 수 있는 작가라면 평생 주류를 무상 지원할 테고,
밤에만 쓸 수 있다 하면 1년 내내 동지이길 빌겠다.
유병재
이 말에 너무나도 설레었고
문상훈이 처음으로 글을 보여준 날엔 심장이 무지 빨리 뛰었다.
그가 너무 귀엽고 슬퍼서, 청승이 너무나 정교하고 고와서 마음이 아팠다.
아끼고 싶은 아픔이었다.
이슬아
이 두 문장이 너무나도 설레게 했다. 그의 감성이 너무나도 궁금하고 그가 보여주는 그의 세상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구입을 안 할 수 없었다.

책 소개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작가 이슬아)
13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 문상훈이 첫 산문집을 출간했다. 문쌤, 문이병, 문상 등 다양한 부캐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소식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면, 혹은 매체를 통해 그의 편지글 한 문장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소식임이 분명하다.
문상훈을 대표하는 〈빠더너스〉 채널 소개란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콩트와 코미디 영상을 만듭니다”라고 적혀있다. 뛰어난 캐릭터 분석과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코미디로 웃음을 주는 것이 그의 본업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렵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오해할까 봐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한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이 책에서 고백한다. 자신의 말을 가장 오해한 사람은 문상훈, 자신이었다고. 이 책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제목처럼 문상훈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문상훈의 새로운 얼굴이다.
- 출처 : 교보문고 -
책 리뷰
문상훈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의 유튜브 채널조차도, 대사 하나하나를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으로 작가와 함께 고민했을지 궁금해진다.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 — 문상훈.
나 역시 말을 쉽게 내뱉어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한참을 망설인다. 나의 말과 생각이 오해받지는 않을까, 두려워서. 그래서일까, 책 제목처럼 나도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진짜 '나'를 마주하려고 하면 여전히 두렵다.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랜만에 또다시 책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직 내가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상훈이 얼마나 깊이 고민하며 글자를 쌓아올렸는지 느껴지기에, 그가 더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진다. 그의 생각을 계속 엿보고 싶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 덕분에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그는 이런 귀엽고 다정한 책을 앞으로도 자주 내줬으면 좋겠다.

커가면서 알게 된다는 세상 물정과 현실, 한계를 되도록 모르고 싶다. 내 능력으로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분간하지 못해서 바보같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말이 겸손의 너스레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믿어서 실패할 때의 데미지가 작았으면 좋겠다.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다. 시도해온 일들보다 도전해볼 다음 기회가 훨씬 더 많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살다가 내가 나이가 들어 더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때가 왔을 때 그 이유를 싱겁게 나이가 세월에서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의 패배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전할 힘도 용기도 없는 것을 굴복으로는 더더욱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가면서 세상 물정과 현실, 한계를 점점 알게 된다.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대학 입학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대학을 졸업할 때는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또 다른 벽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한계를 되도록이면 모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자꾸만 내 앞에 한계를 세워두고,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고 싶은 일들은 여전히 많은데, 막상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 처음 적힌 글처럼, 내 능력으로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분간하지 못해 바보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말을 겸손의 수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믿고 싶다. 그래서 실패할 때 덜 아프고, 성공보다 실패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시도해본 일들보다 앞으로 도전해볼 기회가 더 많기를 바란다.
그리고 먼 훗날, 더 이상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 해도, 그 이유를 단순히 나이나 세월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설레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의 패배로 여기지 않기를, 도전할 힘도 용기도 없어진 것을 굴복이라 부르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오래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은 천천히 늙는다. 내 잘못과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사과도 쉽게 한다. 나이 드는 것과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어른은 실수 안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실수를 감추려고만 하니 도리어 실수도 더 많이 한다.
베갯머리에서 하루를 반성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내 못난 모습도 숨기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런 밤들은 세포들이 노화하지 않고 성장한다.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내가 질투가 났다고, 미안하고 내가 부족했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소년이다. 나는 매일 미숙하고 질투해서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년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
나이가 들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일을 점점 꺼린다. 나는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은 배우지 않으려 애쓰고, 좋은 점만 닮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있고, 직위가 있기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어른들은 어린 사람들에게는 사과를 요구한다. 나는 과연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매일 하루를 돌아본다. 오늘 잘못했던 것들, 질투했던 마음, 사과하지 못한 순간들을 반성한다. 반성하는 만큼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고, 한편으로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녀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은 더 은은할수록 아름답다지만 서운한 마음은 가장 적나라하게 파헤칠수록 잘 전달된다. 나는 반대가 좋은데.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구체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은은하게 돌려서 듣고 싶은데 자꾸 반대로 해야 된다. 팔다라기 찢어진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내 감정들을 공항 검색대 위의 짐처럼 바리바리 다 꺼내 놓아야만 이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매번 서글프다. 그럼에도 꺼내 놓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오해 없이 잘 설명하려면, 내 감정의 경위서를 먼저 작성하고 그 마음들을 공감 받으려면,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지내려면. 아 나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 가는 수준의 감정으로만 세상을 살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은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운한 마음은 잠시 묻어두거나 흘려보내고 싶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겸둥이'에게 배운다. 겸둥이는 남의 안 좋은 점보다 좋은 점을 먼저 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남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면 표정이 좋지 않고,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도 않는다. 이런 겸둥이의 태도 덕분에 나 역시 부정적인 말을 멈추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겸둥이는 표현에 서툴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오히려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우리가 서로 닮아간다면, 좋은 점은 마음껏 표현하고, 나쁜 점은 흘려보내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면 좋겠다.

어떻게 살아도 후회만 남을 청춘의 시간을 너와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내 모자란 행동들로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버리고 떠나보내도 곁을 지켜줘서 고마워. 언제나 돌아보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네가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지. 나도 내가 먼저 어디 가지 않을게. 우리 되도록 슬픈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많이 웃자. 웃는게 제일 좋은 거라는 것을 네가 알려주었잖아. 나는 네가 제일 웃겨. 의심하지 않아도 돼. 나한테는 언제나 네가 최고야 . 고마워.
이 단락을 읽고 문뜬 겸둥이가 떠올랐다. 겸둥이와 연애를 하면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의 단단함과 굳건한 마음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행복하고, 즐겁고,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는 겸둥이를 보며 부족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그는 언제나 최고다. 그는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는 나에게 나무 같은 존재다. 내가 힘들 땐 기대게 해주고, 지쳐 있을 땐 따스하게 그늘이 되어주는 사람.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가 떠올랐다…ㅎㅎ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겸둥이가 생각나고, 오늘 만나면 꼭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문상훈 작가의 책은 한 번 읽고 생각하게 하고,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가 한 글자, 한 글자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담았을지, 한 문장, 한 문장을 완성할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그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문상훈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너무나도 다른 나.
작가 문상훈은 유튜버 문상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조용히 읽어보기 참 좋은 책이다.
리뷰 끝~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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