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이쁜이를 만났다. 그녀가 추천한 이달의 책! 양귀자 작가님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그녀는 '이 시대에이런 생각을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 여성이라면 한번쯤 꼬옥 읽어봐야할 <양귀자>작가의 책 얼른 읽고, 다음달 추천책으로 올게요'라는 말을 남겼다..ㅎ
여성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봐야할 양귀자 작가의 책이라. 어떤 의미일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이달의 책..ㅎ 후기 스타트!

책 소개
거침없이 질주하며 여성 억압에 대한 담대한 질문을 퍼붓다!
1992년 초판이 나오자마자 페미니즘 논란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오른 양귀자의 장편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저자가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젊은 여성이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해 감금하고 조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 억압의 현실을 고스란히 뒤집어 학대당하고 조련당하는 남성을 보여주는, 앞선 페미니즘 소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부터 소설의 흡인력을 최대치로 높였다.
-출처 : 교보문고
책 리뷰
'여성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그녀가 소개했다. 그래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 이야기의 흐름이 단순하지 않고, 표현도 직설적이지 않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지?”, “작가는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작가의 의도와 소설이 가진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작품이 여성의 삶,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작품의 제목인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준다. ‘금지된 것을 소망한다’는 문장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자유, 존엄, 자아실현에 대한 깊은 상징처럼 느껴졌다. 특히 이 제목은 여성이라는 존재가 오랫동안 사회 속에서 금지당해온 것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 고통을 말할 권리 등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주인공을 접했을 때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며 점점 주인공의 고통과 고민이 너무나도 와닿았고, 그가 처한 사회 구조와 억압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아를 찾고자 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단지 시대와 사회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강인한 존재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이 이 소설을 단순한 고발문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만들어주고 우리의 사회를 한번 돌아보게하는 것 같다.
양귀자의 문체는 날카롭고 진지하며,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았고, 읽는 내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 한다. 또한 작가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작품은 단지 여성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한 행위인지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어렵게 다가왔지만, 읽고 나면 그 무게감과 울림이 오래 남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싶다.

작품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키도 보통, 얼굴도 보통, 행거지도 보통이어서 참말이지 보통사람의 표본, 이라고 보아 무난한 인물이었다. 옛은사를 위해 점심을 사겠다는 것도 보통의 도덕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그 청년의 평이함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삐뚤어진 이 시대의 보통의 삶, 보통의 도덕성으로 살 수 있는 것만도 굉장한 미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라는 대목이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마음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이라는 말은 흔히 특별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무너진 가치 속에서 살아가는 시대에는 ‘보통’이 결코 평범하거나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느낀다. 특별한 선행이나 위대한 업적이 아니더라도, 정직하게 살아가고, 예의를 지키며,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보통의 도덕성’ 자체가 이제는 하나의 미덕이자 귀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사실, 그런 삶은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타인을 향한 배려보다 자신의 이익이 앞서는 모습, 약자에 대한 무관심, 불의에 침묵하는 태도들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나 자신은 ‘보통의 도덕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읽으면서 불현듯 그런 자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 역시 때로는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도덕을 소홀히 한 적은 없었을까. 혹시 나도 모르게 이 시대의 혼탁함에 무뎌져 무언가를 그냥 넘겨버리지는 않았을까. 이 작품은 단지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것이 이 소설의 깊은 힘이자, 읽는 이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을 잠시 덮고 난 뒤, 나는 어느새 나 자신의 모습과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으로서, 소중한 도덕적 기준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름대로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단순히 이야기를 읽는 것을 넘어, 독자가 스스로를 비추어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 기사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이후 우편이나 팩스를 이용한 독자 투고가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창간 이래 단일 사건에 이렇게 많은 양의 투고는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현상은 독자들의 의견을 일일이 분석해본 결과 범인으로 보이는 익명의 여성에 동조하거나, 적극 동조는 아니지만 적어도 비난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투고가 놀랍게도 70%라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이 사건은 형사사건으로 다루어서는 안 되고 설령 범인이 잡히더라도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적극 동조자는 30% 이상이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소설 속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게 가능한 반응인가 싶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을 납치하고,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범죄에 대해 ‘동조’하거나, 최소한 ‘비난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는다니. 이것이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반응일까. 나는 이 단락을 읽고 분노를 느꼈고, 혼란스러움마저 들었다.
물론,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 서사가 아니라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범죄’ 아니냐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 앞에서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동기’가 있다 해도, 그 행위가 가져온 결과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일방적이다. 피해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존재가 지워질 수 없으며, 그 가족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강렬한 독자 반응 자체가 이 소설이 단순한 이야기 너머로 뻗어 있는 문제의식, 그 뿌리 깊은 불평등과 억압의 구조를 드러내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바로 그렇기에 나는 강민주라는 인물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그녀가 사회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계속해서 곱씹게 된다.
도대체 그녀는 왜 영화배우 백승하를 납치했을까. 단순히 질투심이나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은 상징적인 ‘기호’로서 작용한 선택이었을까. 강민주가 납치한 것은 단지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그 인간이 대표하고 있는 어떤 상징, 즉 부유하고 보호받는 여성, 사회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성공한 여성상’은 아니었을까.
양귀자의 이 소설은 결코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놓지 않도록 만든다.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안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 혼란과 분노, 그리고 고민 자체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존재 이유라고 느낀다. 우리는 왜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금지된 이유는 과연 정당한가. 강민주는 그 질문을, 가장 절박한 방식으로 사회에 던진 것이 아닐까.

'"준아, 아빠가 말했지? 돌아가면 어른들이 어디에 갔다 왔는지 자꾸 물어볼 거야. 그래서 네 눈을 손수건으로 가린 거야. 알겠니? 넌 네가 본 대로 말해도 돼. 이렇게 손수건으로 눈을 가려서 보지 못한 것은 말할 수 없겠지. 우리는 너에게 다 보여줄 수 없는 사정이 있단다. 그렇지만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잖아. 아빠는 준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싫거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백승하가 눈짓을 보냈다. 나는 등을 돌려 아이를 업었다. 백승하는 아이에게 내 재킷을 씌웠다.
"자, 이젠 가거라. 조금 갑갑해도 참아야 해. 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아줌마가 자동차에 너를 태운 후에도 눈을 떠서는 안 돼. 준이는 잠꾸러기잖아. 계속해서 자는 거야. 그리고 도착하면 곧장 문구점으로 가는 거야. 아빠가 주머니에 넣어준 편지. 주인아저씨 주는 것도 잊지 말고. 준아. 아빠와 한 약속들. 어기지 않고 잘 지킬 수 있겠니? 대답해봐."
내 등에 찰싹 달라붙은 아이의 머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눈곱만큼의 근심도 묻지 않은 천진한 아이의 대답이 흘러 나왔다.
"걱정하지 마, 아빠"
나는 책을 읽고 있던 사무실에서 울컥함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아이가 없는 나조차도, 이 상황의 아픔과 무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먹먹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아이를 향한 아버지의 태도 “거짓말은 안 돼”, “조금 갑갑해도 참아야 해”, “잠자는 거라고 생각하렴” 그 모든 말에는 자신의 감정조차 억누르며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준이는 어렸다.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말을 철없이 따르는, 세상의 잔혹함을 모르는 순수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가 아버지를 위로한다. “걱정하지 마, 아빠.” 이 말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조차 알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가, 두려움과 절망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어른을 오히려 다독이는 장면이었다. 그 짧은 대사 하나가 마음을 후벼판것만 같았다. 소설 속의 인물들조차도 그 감정에 사로잡혔겠지만, 그 순간 나는 독자의 입장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처럼 마음이 무너졌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그 이전에 강민주가 백승하에게 아들을 보여주며 선물을 가져왔다며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납치범이 피해자에게 납치한 아이를 ‘선물’이라 표현하다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아이를 잃은 공포와 상실감 속에서 살아가던 부모에게, 다시 아들을 보여주는 행위를 선물로 치환하는 그 인식 자체가, 나로 하여금 너무나도 참기 어려운 분노를 일으켰다.
백승하가 아들을 보며 외친 “안 돼…….”라는 한 마디는 단순한 거부의 외침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이가 살아 있다는 감격과,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혼란, 그리고 아이가 자신 앞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한 기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그 순간, 무너졌다. 그는 아이의 부모니깐..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아이를 안고 있지 못하는 고통보다 더 크기에, 그 순간조차 아이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백승하가 준이를 떠나보내며 아이의 눈을 가리는 장면에서는 단지 한 아버지의 슬픔만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부모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거짓말하지 않게 하기 위해 눈을 가리는 아버지. 진실과 윤리를 잃지 않게 하려고, 아이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아버지. 그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감정과 두려움을 감추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말 그대로 ‘아빠’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새삼 실감했다.
이 납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잔혹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을까. 강민주는 어떤 절망과 분노 끝에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걸까. 납치는 명백한 범죄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단지 부모에게만 닿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평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너무나도 깊고 잔인한 상처다.
나는 아직도 이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부모도 아닌 내가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픈데, 부모라면, 특히 백승하처럼 온전한 사랑으로 아이를 품은 사람이라면, 그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양귀자의 이 작품은 결코 쉽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다. 감정을 들쑤시고, 혼란스럽게 하고, 정의와 윤리, 도덕과 본능 사이에서 끝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도 이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쉽게 털어낼 수가 없다. 이 납치가 던지는 파문은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 왜곡된 정의, 그리고 인간의 극단적인 선택을 이끌어내는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고, 감정의 진폭을 끝없이 넓혀주는, 말 그대로 ‘경험하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고, 다 읽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제목이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강렬한 문장인가. 이 한 문장 속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 그 욕망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억압되는지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 억압을 넘어서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여성의 목소리로 이 문장이 선언되었기에, 그것은 단지 개인의 욕망을 넘어서 사회적 금기와 정면으로 맞서는 ‘저항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주인공 강민주는 바로 그 금지된 것들인 존엄, 자유, 자기 삶의 주도권을 온몸으로 갈망했고, 그 갈망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의 현실과 사회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로도 읽힌다. 단순히 피해자로서의 여성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억압 속에서 깨어나고, 분노하고, 결국 ‘행동’으로 나아가는 여성의 서사를 그려냄으로써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여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고 했는가? 왜 그녀는 끝내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고, 그렇게밖에 싸울 수 없었는가?이 질문은 단지 소설 속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질문이기에 더욱 깊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책을 두고,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소설이라고 했던 것이 아닐까. 그 말이 이토록 절절하게 와닿았던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가진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읽고 난 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묘한 여운이었다. 서사의 전개는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분노와 슬픔, 절망은 독자에게 더 큰 감정으로 남는다. 감정은 과잉되지 않지만, 오히려 더욱 날카롭고 절박한 감정이 숨어 있기에,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마도 이 무거운 여운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와 현실이 여전히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강민주가 절규했던 구조적 억압과 차별, 침묵과 외면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형태만 바꾼 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하고 고민해야 할 이야기로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단순히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는 그 절망의 끝에서, 아주 작지만 단단한 희망의 가능성을 말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변화는 느리지만, 그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질문하고 싸워야 한다는, 그런 메시지를.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올해의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읽는 동안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너무 많은 감정과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그 감정들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구조와, 내가 가진 시선과 태도, 그리고 내가 외면했던 수많은 목소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나에게 단지 좋은 책, 감동적인 책을 넘어, 내 사고의 틀을 뒤흔든 책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고, 더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가기를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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